지분 100% 허용 없던 일?… 중국 합작 요구에 테슬라 공장 설립 난항

입력 2018-02-18 19:26   수정 2018-02-19 05:32

당국 시장개방 약속 '공염불'
올 상반기까지 자유무역지대 내
외국기업 지분 규제 없앤다더니
상하이공장 설립 7개월째 '답보'

중국 변덕에 외국기업들 낭패
삼성SDI·LG화학 현지 공장
외국산 배터리 규제에 가동 차질
전기차 보조금도 주행거리로 차등
현대차 유일 모델 23% 삭감



[ 김동윤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중국 내 공장 설립에 제동을 걸었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지분 100%를 가진 생산공장을 세우려는 계획에 대해 중국 기업과 합작 형태로 지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자동차를 비롯해 제조업과 금융 분야 등에서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외국 기업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 말로만 시장 개방 확대

18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에 독자 전기차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테슬라는 최근 중국 측과의 공장 설립 협의 과정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테슬라는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공장 소유권 구조 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반드시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해 공장을 건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세워야 한다. 지분 한도는 50%로 묶여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합작사 설립을 통한 기술 이전 강요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지난해 지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내 자유무역지대에서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의 외국 기업 지분 제한을 없애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지난해 6월 상하이 푸둥지역 린강개발구에 지분 100%를 가진 공장을 설립해 2021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설립 합의가 지연되면서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중국 내 신에너지 차량 판매 열기에 올라타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신에너지차 시장을 700만 대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덕분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약속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시장 개방 확대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약속 믿은 한국 기업도 곤경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중국 정부의 변덕스러운 규제로 낭패를 본 것은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삼성SDI와 LG화학은 2015년 10월 수천억원을 들여 중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공장 건설 당시만 해도 중국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을 환영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2016년 초부터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이라는 제도를 빌미로 삼성SDI와 LG화학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여파로 LG화학과 삼성SDI의 중국 배터리 공장은 가동률이 한때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1년 넘게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초부터 중국에서 배터리 생산을 중단했다. 삼성SDI와 LG화학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표면적으로는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국 배터리 업체 육성을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에 합작법인 설립을 요구하는 것도 자국 전기차 업체 육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비야디(BYD), 베이징자동차 등이 전기차 생산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지만 전기차 경쟁력은 글로벌 업체와 비교할 때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경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타격받을 것을 중국 정부가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양극화

중국 재정부,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4개 부처는 최근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는 내용의 ‘신에너지차 보조금 보완 및 조정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새 보조금 정책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에 따라 보조금 지급 구간을 더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을 갈 수 있는 순수 전기차의 보조금은 4만4000위안(약 750만원)에서 5만위안으로 오른다. 300~400㎞를 달리는 전기차의 보조금도 기존 4만4000위안에서 4만5000위안으로 늘어난다.

반면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150㎞ 미만인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주행거리가 300㎞ 미만인 전기차의 보조금도 줄어든다. 종전에는 4만4000위안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150~200㎞ 미만은 1만5000위안, 200~250㎞ 미만은 2만4000위안, 250~300㎞ 미만은 3만4000위안으로 차등 지급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대자동차가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팔기 시작한 유일한 보조금 대상 전기승용차 ‘신엘란트라EV’의 보조금은 4만4000위안에서 3만4000위안으로 23%가량 줄어든다. 이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270㎞를 주행할 수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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